2025년 5월 24일 종영한 MBC 2부작 드라마 «맹감독의 악플러»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 0.9%로 막을 내렸다. 공모전 최우수작이라는 화려한 이력, 베테랑 배우의 조합, 언론의 호평이 쏟아졌음에도 숫자는 냉정했다. 대본의 완성도와 시청률 사이에 이렇게 큰 간극이 생긴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히 "아쉬운 결과"로 치부하기엔 짚어야 할 구조적 문제들이 너무 많다.
📋 공모전 최우수상 대본이 걸어온 길
MBC는 2024년 드라마 극본 공모전에서 김미래 작가의 «맹 감독의 악플러»를 단막 2부작·시나리오 부문 최우수상으로 선정했다. 당해 공모전에는 역대 가장 많은 총 2,500여 편의 작품이 응모했다. 그 방대한 경쟁을 뚫고 정상에 오른 극본이었다. «맹 감독의 악플러»는 성적 부진으로 퇴출 위기에 놓인 프로농구 감독 '맹공'이 그를 향한 악성 댓글을 작성해온 '화진'과 손잡으며 벌어지는 코미디물로, 두 주인공의 관계성이 대사로 잘 구현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방영 이후 전문가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극본은 2024년 MBC 극본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완성도 높은 대본이지만 제작비를 낮출 수 있었고,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과 섬세한 연출이 더해져 웰메이드 드라마가 탄생했다는 평이 이어졌다. 대본의 서류 점수와 현장의 체감 온도는 합격점이었다. 그런데 시청률은 왜 이토록 달랐을까.
📉 숫자가 말하는 구조적 실패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화는 1.6%를 기록했고, 최종화는 0.9%로 0.7%P나 하락했다. 단 2회 방영한 드라마가 회차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를 잃었다는 것은 단순한 화제성 부재로 설명하기 어렵다. 앞서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바니와 오빠들» 역시 0.8%로 마무리되며, 두 작품 연속 0%대 시청률이라는 결과를 남겼다.
🔎 이 수치는 단순히 한 작품의 실패가 아니다. MBC 금토 드라마 편성 자체에 누적된 구조적 위기를 반영하는 신호다. 두 작품 연속 1% 미만이라는 데이터는 작품 단위의 문제보다 편성 전략, 홍보 노출, 플랫폼 경쟁력 등 복합적 요인이 얽혀 있음을 시사한다.
🎭 2부작 단막극이라는 형식의 딜레마
«맹감독의 악플러»는 2025년 5월 23~24일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로, 박성웅이 3년 연속 플레이오프 탈락 위기의 프로농구팀 '빅판다스' 감독 맹공(46세) 역을, 박수오가 닉네임 '맹꽁멸종단'을 쓰는 맹공 전담 악플러 고화진(19세) 역을 맡았다.
2부작이라는 포맷 자체가 시청률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회차가 적을수록 입소문이 퍼지기 전에 드라마가 끝난다. OTT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콘텐츠 소비 생태계에서 단 이틀의 방영 기간은 알고리즘 추천에 노출될 시간도 부족하다. 농구드라마라는 외피 속에 진정한 소통과 성장의 가치를 담은 휴먼드라마였지만, 장르적 정체성이 복합적일수록 핵심 타깃층을 짧은 시간 안에 결집시키기 어렵다.
🧩 악플러 캐릭터의 서사적 구조와 그 의미
2부에서는 고화진이 악플러가 된 진짜 이유가 밝혀졌다. 과거 같은 팀 선수 박준혁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형 고우진의 복수를 위해 맹공에게 비판을 쏟아낸 것으로, 고화진은 이 사실을 알렸음에도 박준혁을 팀에 지명한 것에 실망과 분노를 느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구조는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선다. 악플러를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 맥락 있는 분노를 지닌 존재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서사적 완성도는 높다. 위기에 처한 맹공 농구 감독과 그를 증오하는 고등학생 악플러 '맹꽁멸종단' 화진이라는 독특한 조합과 이들의 관계 변화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고,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는 위로를 전하며 긴 여운을 남겼다. 다만 이 깊이 있는 서사를 2회 안에 소화해야 한다는 시간적 제약은 결국 캐릭터 설명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졌고, 이는 역설적으로 감정적 몰입 시간을 단축시켰다.
📌 호평과 저조한 시청률이 공존하는 이유
박성웅은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으며, 아역이 아닌 첫 주연으로 나선 배우 박수오는 신선한 에너지와 흔들림 없는 연기력으로 차세대 주연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 연기, 대본, 연출 모두 전문가 집단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이것은 "작품의 가치"와 "방송 매체 시청률"이 더 이상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공중파 드라마의 시청률 구조는 이미 오래전부터 재편 중이다. 시청자층의 이동, OTT 동시 스트리밍 여부, 마케팅 투자 규모가 콘텐츠 품질만큼이나 수치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맹감독의 악플러»의 0.9%는 드라마 자체의 실패라기보다, 공중파 단막극이라는 포맷이 처한 시대적 한계의 반영에 가깝다. 좋은 이야기는 분명히 존재했다. 다만 그 이야기가 도달할 수 있는 채널과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