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퍼스트레이디는 2025년 하반기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가장 첨예한 질문을 던진 작품이다. 국내 본방 시청률은 1%대에 머문 채 종영했지만, 동시에 넷플릭스와 일본 OTT에서 상위권을 달리는 기묘한 이중 성적표를 남겼다. 이 괴리를 단순히 "흥행 실패"로 규정하는 것은 현재 한국 드라마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를 읽지 못하는 분석이다.
📺 3년 5개월의 공백, MBN이 택한 카드
《퍼스트레이디》는 2025년 9월 24일부터 10월 30일까지 방영한 MBN 수목 미니시리즈로, 〈스폰서〉 이후 3년 5개월 만에 편성된 수목 드라마다. 종편 채널이 수목 슬롯을 3년 넘게 비워두었다는 사실 자체가 MBN의 드라마 전략에 얼마나 큰 공백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김형완 작가는 '드림하이 2', '신분을 숨겨라' 등 작품에서 탄탄한 구성을 선보인 바 있으며, 이번 드라마는 그가 6년간 준비한 작품으로 유진, 지현우, 이민영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해 완성도를 높였다. 6년이라는 준비 기간은 작품의 밀도를 대변하는 수치다.
제작사 측면에서도 'K-콘텐츠 명가'로 알려진 스튜디오지담과 이정재 배우가 대주주로 있는 아티스트스튜디오, 로드쇼플러스가 공동 제작하여 기대를 모았다. 제작 진용만 놓고 보면 종편 드라마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탄탄한 구조였다.
📉 시청률 수치가 보여주는 냉정한 현실
1회 2부 시청률 2.2%가 자체 최고 시청률로, 이후 시청자들의 '본방사수'가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첫 회부터 하락세가 고착화된 셈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첫 방송은 2.2%로 출발했으나, 5회부터 총 7회째 1%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초반 기대감이 지속되지 못한 구조적 이유가 있다.
유진·지현우가 주연을 맡아 종편·케이블·지상파 포함 동시간대 나홀로 수목극 편성으로 경쟁 드라마가 없음에도 2회 방송부터 1%대 시청률에 머물렀다. 경쟁작 부재라는 유리한 조건에서도 본방 시청자를 붙잡지 못했다는 점은 단순한 콘텐츠 품질 문제를 넘어선다. 이는 종편 수목 드라마라는 편성 슬롯 자체가 시청자 습관과 멀어졌음을 시사한다.
🌏 넷플릭스·일본 OTT가 보여준 또 다른 숫자
본방 수치와 극명히 대비되는 숫자가 해외에서 나왔다. 첫 방송 직후 넷플릭스 한국 TOP10 시리즈 2위에 오르고, 동남아 여러 국가에서 상위권에 진입하는 등 국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플릭스패트롤 10월 19일 기준,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부문에서 TOP6로 역주행했으며, 일본 NTT 도코모가 운영하는 OTT 플랫폼 레미노에서도 10월 16일 기준 한류 아시아 드라마 부문 '오늘의 랭킹' 2위, '월간 시청수' 2위를 기록했다.
특히 방송 회차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한류 아시아 드라마 부문에서 TOP2~TOP5 상위권에 안정적으로 랭크되며 글로벌 인기를 증명했다. 국내 본방 시청률이 빠질수록 해외 OTT 순위는 오히려 유지되는 역설적 흐름이다.
🔍 실패의 구조, 혹은 플랫폼 전환의 증거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퍼스트레이디는 콘텐츠 자체의 실패가 아니라, 국내 선형 TV(본방) 시청 행태의 급격한 붕괴를 드러내는 사례에 가깝다.
대통령에 당선된 남편이 퍼스트레이디가 될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초유의 사건을 중심으로, 취임까지 남은 67일 동안 정치권의 음모와 가족의 비밀을 그리는 이 설정 자체는 해외 시청자에게 오히려 신선한 K-정치 스릴러로 소비되었다.
김형완 작가가 6년간 준비한 대본은 '정치판 부부의 세계'라는 별칭답게 중독성과 파급력을 동시에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그 중독성이 국내 시청자에게는 '본방'이 아닌 VOD·OTT 경로로 소비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MBN 퍼스트레이디는 한국 드라마 산업이 직면한 구조 전환의 단면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시청률 수치 하나로 성패를 판단하는 기준은 이미 낡았다. 본방 1%대와 넷플릭스 TOP2가 동시에 가능한 시대, 이 괴리를 직시하는 것이 다음 판단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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