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조용히 체질을 바꾸고 있습니다. 수익성 회복을 위해 수년간 의도적으로 외형을 줄여온 기업이 이제는 다시 성장 쪽으로 무게추를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흑자 전환이라는 전제 조건을 채운 뒤, 2026년 1분기부터 본격적인 외형 확장 카드를 꺼내 든 것입니다. 숫자는 그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 왜 지금, 왜 B2B인가
남양유업의 식품서비스(FS) 채널 매출은 2026년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습니다. 이는 사내 전 채널 중 가장 높은 성장률입니다. 더 주목할 지표는 흰우유 일평균 B2B 공급 물량으로, 2023년 연간 일평균 대비 125% 늘었습니다.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구조적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 배경에는 내수 유제품 시장의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국내 흰우유 소비량은 저출생과 식생활 변화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기록 중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10년대 초반 이후 꾸준히 하락해 왔으며, 이 추세는 단기간 내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소매 채널에 의존하는 전통적 유업 사업 모델이 점점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이유입니다.
🏗️ 조직 개편이 선행됐다
남양유업은 2024년 분산돼 있던 B2B 기능을 FS 사업부문으로 일원화하고 채널별 전문 조직을 구성했습니다. 전략이 먼저가 아니라 실행 가능한 조직을 먼저 갖춘 순서가 눈에 띕니다. 프랜차이즈 카페, 급식, 군납이라는 세 채널은 각각 수요 특성이 완전히 다릅니다. 카페는 맛의 균일성과 원가 효율이 핵심이고, 급식은 대량·안정 공급이 관건이며, 군납은 납기 준수가 절대 조건입니다. 단일 조직으로 이 세 채널을 동시에 공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전문화 조직 개편의 근거였을 것입니다.
☕ 솔루션형 공급이라는 차별화 포인트
남양유업이 내세우는 전략의 핵심은 단순 납품을 넘어서는 '솔루션 공급자' 포지셔닝입니다.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카페 15개 브랜드 중 5개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일부 브랜드와는 시그니처 라떼용 우유 베이스를 공동 개발해 전용 카톤팩 형태로 공급합니다. 매장에서 직접 배합하던 공정을 줄이고 맛의 일관성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이는 단가 경쟁이 아니라 거래 의존도를 높이는 전략입니다. 메뉴 개발 단계부터 관여한 공급사는 교체 비용이 크기 때문에 거래 지속성이 강해집니다. 동원F&B나 서울우유가 B2B 채널에서 물량 중심으로 경쟁하는 것과 다른 접근법이며, 부가가치 측면에서도 마진 구조가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모델이 실제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 수출, 내수 한계의 돌파구
📌 수출 성장률이 더 인상적입니다. 캄보디아·베트남 중심의 분유 수출은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고, 단백질 음료 테이크핏 등 기타 제품 수출은 136%나 확대됐습니다. 2026년 4월에는 베트남 유통 대기업 푸타이홀딩스와 3년간 700억 원 규모의 제품 공급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동남아 분유 시장은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큽니다. 베트남은 도시화율 상승과 중산층 확대로 프리미엄 유제품 수요가 늘고 있으며, 캄보디아는 전체 유제품 시장 규모 자체가 빠르게 커지는 단계입니다. 남양유업이 이 시점에 장기 공급 협약을 통해 거점을 확보한 것은 타이밍 면에서 나쁘지 않습니다.
🔍 한앤컴퍼니 체제 이후 성장성 증명이라는 과제
시장이 이번 전략 전환을 단순한 채널 다변화가 아니라 한앤컴퍼니 인수 이후 성장성을 입증하는 단계로 보는 이유가 있습니다. 2021년 불가리스 사태 이후 남양유업은 오너 체제 종식과 경영진 교체, 구조조정을 거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매출 규모는 줄었지만 수익성은 회복됐습니다. 이제 흑자를 유지하면서 외형도 키울 수 있는지가 진짜 숙제입니다.
⚠️ 리스크 요인도 직시해야 한다
급식과 식자재 유통은 마진이 얇은 시장입니다. 대형 급식업체와의 단가 협상에서 을의 위치에 놓이기 쉬우며, 공급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물류·재고 비용도 상당합니다. 아일랜드산 휘핑크림 수입으로 원재료 소싱을 다양화하고 있지만, 환율 리스크와 해외 공급망 불안정성은 통제 변수 밖에 있습니다. 수출 역시 현지 파트너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협약 이행 여부가 실적을 좌우합니다.
남양유업의 전략 전환은 방향성 자체는 타당합니다. 수축하는 내수 소매 시장에서 B2B와 수출로 중심축을 옮기는 것은 구조적으로 맞는 수순입니다. 다만 솔루션형 공급의 수익성 검증, 박리다매 채널에서의 마진 방어, 수출 파트너십의 실질적 이행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될 때 비로소 이 전략은 완성됩니다. 숫자는 긍정적이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기엔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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