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2일부터 8월 1일까지 방영된 JTBC 수목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는 하나의 수치로만 평가하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국내 지상파·종편 드라마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구조 속에서 이 드라마가 남긴 숫자들은 서로 상반된 신호를 보냈고, 그 간극을 들여다볼 때 비로소 이 작품이 왜, 어떻게 성립했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 국내 시청률: 2~3%대가 말해주는 것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으로 최종회 시청률은 2.9%였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은 10회의 3.0%였습니다. 첫 방송에서 2.3%로 출발해 전 방영 기간 동안 평균 2%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수치 자체만 보면 무난한 성적이지만, 이 숫자 뒤에는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습니다. 동시간대 지상파·케이블·종편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놀아주는 여자》가 수목 드라마로 홀로 편성된 시간대, 오후 8시 50분은 오락 예능이 몰리는 격전지였습니다. 경쟁 구도 자체가 이 드라마에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방영 전후로 극 중 주인공 서지환의 캐릭터와 그가 대표로 있는 조직을 둘러싼 조폭 미화 우려가 제기됐지만, 제작진은 등장인물들의 갱생보다 '나쁜 놈은 나쁜 놈'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개함으로써 이 논란을 비켜갔고, 덕분에 시청자 관심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논란을 억압하지 않고 서사적으로 흡수한 것이 하나의 변곡점이었습니다.
🌍 글로벌 OTT에서 역전된 성적표
국내 시청률이 2~3%대에 머무는 동안 해외에서는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Rakuten Viki) 기준으로 《놀아주는 여자》는 방영 4주차에 100여 개국에서 시청자 수 1위를 기록했으며, 미국·브라질·영국·뉴질랜드 등 64개 주요 국가에서는 4주 연속 1위를 유지했습니다. 라쿠텐 비키 내 이 드라마의 평점은 9.8점에 달했습니다.
🔑 이 역설은 K-드라마 소비 구조의 변화를 정확히 반영합니다. 국내에서는 실시간 TV 시청률이 기준이 되지만, 해외에서는 OTT 플랫폼이 유일한 접점입니다. 유료 가구 기준의 숫자와 글로벌 스트리밍 지표 사이의 간극이 크면 클수록, 그 드라마는 '내수 부진, 수출 강세'의 전형적인 K-콘텐츠 패턴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놀아주는 여자》는 실제로 '선재 업고 튀어'의 K-드라마 글로벌 흥행 바통을 이어받은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 화제성 지표가 보여준 실질적 영향력
시청률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는 숫자가 하나 더 있습니다. K-콘텐츠 경쟁력 전문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조사 결과, TV-OTT 통합 드라마 기준 톱3에 랭크됐고, 주연 엄태구는 출연자 기준 1위를 차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엄태구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펀덱스 조사에서 드라마·비드라마 전체 출연자 화제성 부문 4주 연속 1위에 올랐으며,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7월 배우 브랜드 평판에서도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화제성을 구성하는 네 가지 부문 중 SNS 부문에서는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드라마가 실시간 TV 앞에 앉아서 소비되기보다, 클립·숏폼·릴스 형태로 쪼개져 소비됐음을 시사합니다. 엄태구와 한선화의 연기 장면들이 릴스·쇼츠 등 숏폼 콘텐츠로 생산되며 정주행 열풍이 거세졌던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IP 전략과 신인 제작진이라는 리스크
이 드라마의 기획 구조 역시 짚어볼 만합니다. 원작은 2019년 첫 연재를 시작한 네이버 시리즈 웹소설이며, 캐스팅 보도가 2022년 10월에 나온 점을 감안하면 웹툰 버전과 드라마 기획이 거의 동시에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원작 IP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읽힙니다.
그러나 제작진 구성은 다소 모험적이었습니다. 연출을 맡은 김영환 PD의 첫 단독 연출작이었고, 각본을 담당한 나경 작가의 드라마 데뷔작이기도 했습니다. 신인 작가와 신인 연출의 조합은 안정성 면에서 약점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기존 로맨스물과는 다른 분위기로, 같은 해 상반기를 뒤흔든 tvN 로맨스물들에 비해 설렘 지수가 높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오히려 그 결핍이 '병맛 로맨스'라는 독자적인 장르적 정체성을 만들었고, 마니아층 형성으로 이어졌습니다.
💡 놀아주는 여자가 남긴 구조적 함의
엄태구가 TV-OTT 통합 출연자 화제성 4주 연속 1위에 오르며 이번 작품을 계기로 '로맨스도 되는 배우'로 이미지를 새로고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선화 역시 '술꾼도시여자들' 시리즈로 굳었던 이미지를 털어내고, '로맨스도 가능했다'는 점을 대중에게 각인시켰습니다.
⚡ 결국 《놀아주는 여자》는 국내 실시간 TV 시청률로만 판단할 수 없는 드라마입니다. 2%대라는 숫자는 이 작품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100여 개국 1위, 화제성 4주 연속 정상, SNS 부문 1위라는 지표들을 겹쳐 놓으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참고로 전작 《비밀은 없어》는 1%대 시청률로 시작해 1%대로 막을 내렸습니다. 그 직후 후속편인 《놀아주는 여자》가 2~3%대를 유지하며 글로벌 흥행까지 거머쥔 것은, 단순 수치 이상의 콘텐츠 설계 차이를 보여줍니다. 웹소설 IP의 기획 동시화, 장르 혼종, 숏폼 친화적 장면 구성이 맞물린 결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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